[취재일기] 팬데믹 2년, 잃어버린 것은
팬데믹 가운데 2년이 지났다. 뉴욕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한 것이 정확히 2년 전인 2020년 3월 2일, 1호 환자가 발견되면서부터다. 이후 감염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첫 확진 단 20일 만에 모든 활동이 강제로 중단됐다. 새로운 바이러스는 전염경로, 증상, 치료방법 등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감염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었다. 하지만 팬데믹이 망쳐 놓은 건 단순히 감염으로 인한 것 뿐만은 아닌 것 같다. 코로나19가 무서워 식재료까지 배달시켜 먹는 등 최대한 외부활동을 끊었던 한 40대 여성은 최근들어 지난 2년간 체력이 형편없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계단으로 단 몇개 층을 오르는데도 머리가 핑 돌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라고 했다. 팬데믹 전에는 꾸준히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했지만, 감염이 무서워 운동까지 끊은 것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다.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자신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. 이같은 체력 저하는 격리와 여행 제한 등에 따른 근육량 감소가 큰 원인일 것이다. 어두운 방안에서 스마트폰을 친구 삼던 사람들은 눈이 급격히 피로해졌다는 하소연이다. 재택근무와 원격학습, 넷플리스와 유튜브 시청으로 스마트폰과 랩톱만 끼고 산 탓이다. 전문의들은 이같은 눈의 노화도 눈과 주변 근육의 퇴화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하고, 팬데믹 가운데 젊은 노안환자가 늘었다고 전한다. 마음과 관계의 근육을 다친 사람은 더 많다.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정신적,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. 가벼운 우울감과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부터 심한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까지 다양하고,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무섭다는 경우도 있다. 돌이켜보면 바이러스보다 무서운게 단절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였다는 생각이다. 여행과 가족모임, 회식같은 소소한 일상이 중단된 데서 오는 단절감, 그리고 언제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그것이다. 하지만 무서운 게 습관이다. 처음에는 간절히 일상으로의 회복을 꿈꾸던 사람들이 어느덧 예전의 그 일상을 불편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. 한 30대 직장인은 일도 놀이도 혼자하는 게 익숙해졌다면서,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. 재택근무로 직장 내 관계가 끊어진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관계도 그렇다고 했다. 통화나 온라인을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, 이제는 만나면 어색하고 불편하기까지 하다고 설명했다. 팬데믹 2년, 무엇보다도 복원해야 할 것은 몸과 마음, 그리고 관계의 근육이 아닐까. 장은주 / 편집국 차장취재일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근육량 감소 감염과 죽음